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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번호 #2, 경기대 배구부 몰수패 - 2013 전국체전 in 인천 송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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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발생 30분 전,
이전의 경기가 마무리되고, 경기대의 시합이 바로 다음 텀으로 다가왔다.
타 학교 배구부 학생들과는 다르게 경기장 관람석에서 눈에 띄지 않던 경기대 배구부 선수들은 연습시간이 되어서야 경기장에 들어섰다.
(말하나 마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오목렌즈를 경기대 배구부에만 갖다댄 듯) 길고 거멓고 참 긴, 길다랗고 또 긴 선수들이 들어와 코트장에 원을 만들고 구호를 하고 연습을 시작했다. 그 사진은 없다.
그 원인은 다음과 같을까? -> 겸허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이때의 심경 : 경기대 배구부 선수들이 송림체육관의 쌍방향 45도 조명을 적절히 받고 빛나고 있는 모습이 다들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와서, 누구하나를 감히 찍을 수가 없었기에 사진이 없다. 셔터를 계산할 수가 없이 내 안구에 담았다.
아니면 경기장 관람석에서 보이지 않아 낯설다는 느낌이 그들에게 더 큰 기회비용같은 감정을 느끼게 하며, 올려다보게 하는 거리감 같은 걸 줘서 그 시간에 감동하고 손을 못 움직이던 것일까. 혹은 이건다 변명일까?
물론. 뒤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지난 프로 배구 시즌 마치 용사의 왕관(눈으로 보이지는 않음)ㅋㅋ정도를 뒤집어 쓰고 아우라 내뿜는 상무 박상하 선수도 함께 입장을 하고 있어서 박상하 선수를 담고 있던 것은 아니다. 실은 맞을 수도 있다.
뭔가 포도 열매 마냥 영글어 맛있게 보이는 공 더미를 들고, 상무(우리카드 소속) 박상하 선수
사건발생 25분 전,
관객석에서 평소와 다른점을 크게 발견치 못하고 연습시간을 구경했다. 물론 연습시간에 기록석을 뚫어져라 지켜보고 있지 않다는 점 혹은 지난 대학 배구 리그 한양대, 경기대 배구부의 전 경기를 본게 아니라는 점 등이 앞의 사실을 만들 수 있다.
즉, 코트에서는 평소처럼 한양대 배구부와 경기대 배구부 선수들은 공을 쳐내고, 받아내고, 쳐내길 반복했다. 아니다. 사실 이 날 이민규 선수에게 좀 다른 점을 느끼기도 했다. 이민규 선수의 갈색 머리가 한달전보다 길었다라는 자연과 같은 특징 같은거 말이다.
한양대 김명진 선수.
삼성화재 신인선수로 2013-2014 시즌 데뷔 예정
연습하는 경기대 배구부 정진연 선수
한양대 김명진, 이건호 선수 크로스'-'되며 공보며 연습
경기대학교 16번 선수도 연습을 하고 있었다.
사건 발생 3분 전,
평소와 크게 다름을 느끼지 못했다. 아, 정바다 선수와 송희채 선수의 부재를 약 1.75초간(뭐나--;) 궁금해하긴 했다. 전국체전 선수 명단에 송희채 선수의 이름을 봤던 기억이 나기 때문이었다. 송희채 선수의 전국체전 기록들(남성고 금메달 그리고 금메달, 지난해 금메달.. 이런것들)에 숨한번 멈출 정도로 (= 살짝) 놀란바 있기 때문인데. 사실 앞에 펼쳐진 피사체들 움직임에 집중하자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은게 오히려 경기 스토리를 예상하지 못하게 한게 아닐까 반성했다. 세상이야기까지 뻗어 이 것을 말하자면, 세상 모든 건 1번을 얻으면 2번을 놓치도록 고안되어 있는 것 같다고 쓰자. 덧붙여, 하루라는 시간동안 다섯 여섯개의 경기(15세트~30세트의 범위가 가능하다) 일정이 차례로 잡혀있었고 모든 경기를 담고 싶은 욕심을 갖고 있던지라, 눈 앞에 매력적인 순간이 보임에도 한계상황(척 안하고 쉽게 그냥 풀면 배터리와 메모리)을 생각하며 경기 중 공과 함께하는 그 순간 담자며 꾹 참고 있었다. (이런 쓸데 없는 상황에 집중하다가 놓친 사건들이 이 시간에 있다. 아쉽다.)
기합하며 경기를 시작하는 경기대 배구부
사건 발생,
경기는 설명 없이 멈췄다. 관중석은 심판석을 의아해하며 바라봤고, 시간이 좀 더 지나자 주체의식 비슷한 걸 갖고 있는 관중들의 체육관판 봉기가 시작되었다. 점잖은 자들은 불만을 물타듯 섞은 비지니스 구어체를 사용하여 아나운서 등 어떤 설명을 찾고 있었으며, 열정적인 관객들은 마이크 없이 오직 목소리만으로(feat. 타이거JK) 10m 이상 떨어진 심판 혹은 진행진을 향해 말을 던지기도 했다. 약아빠지거나 소극적이거나 경험많거나 당 경기에는 큰 관심이 없는 본인류의 관객들은 뭔 일인지도 모른채 각자 할 일 하며 묵묵히 기다렸다.
선수들은 눈이 동그래져서 서로를 쳐다보더니 무공블락 뛰어보고, 서브 연습해보고, 코트 러닝하는 등 금방 웜업을 시작했다. 아, 관람하던 일반부 선수들이나 관계자들은 지인들에게 직문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서브 잘 넣어야지 할 것 같이 연습하던 경기대 배구부 송명근 선수
확실한 기억은 없으나 경기 시작하지 않으면 체육관을 불지를 것 같았던 용기?_? 있는 중년 남성.
약봉지를 들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물론 불만섞인 사나운 외침에 염려되어 나에게 칼 꽂을 가능성을 계산해보며 무서워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바쁜 경기 본부
중계 카메라와 장내 아나운서가 그리워지던 풍경이다.
사건의 인식,
장내에서 부정 선수 / 룰 위반/ 3:0 이런 단어가 방송되더니 경기가 마무리되었다. 내 메모리 카드는 경기를 위해 비어있는데 경기가 종료되었다. 이건 마치 널 위해 남겨둔 내 마음속 바로 그자리 , 솜플레이스 인마이헐트가 텅텅비어 버려진 것 같이 공허했다. 이미 끝났다는 것, 규정이라는 이길 수 없이 쎈 녀석이 이미 경기를 끝내버려서 내 메모리 및 기대감에 비춰져 나온 고갈감을 절대로 채울 수 없다는 것이 큰 충격을 주었다.
끝났다. 선수들은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팔자주름에 힘을 풀 수 없이, 혀끝을 천장에서 뗄 수 없이 불만스러웠다. 용자아저씨의 박카스 적혀있는 약국 봉지라도 뺏어 뒤짚어쓰고 항의했어야했다고 후회했다. 당 일의 하이라이트 경기 중 하나였는데 잃어버린 시합이 되었다. 마치 게임에서 키우며 두번째 쯤으로 아끼던 캐릭터를 실수로 삭제해버렸을 때 이런 상실감이 들까 궁금했다. 이 경기 기다리고 있었을 듯 한 관람자들이라도 모아, 같이 머리풀고 달려들어서 누가 이기든 지든 상관없이 경기는 계속되어야한다며 우기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도시사람의 형태를 하고 그럴수는 없어 차마 접었다.
사건발생 한시간 후,
사건 번호 #2로 뒷목이 뻣뻣해지고 온 에너지가 고갈되어 다크써클이 나를 누르고 있음을 느꼈지만, 이 피곤함과 괴로움과 어지러움 속에서도 남자일반부 결승전은 재미졌다.
물론 살짝 살짝 스쳐가며 고개를 드는 사건 번호 #2의 기억은 뒷목의 핏대를 벌떡 벌떡 조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남자 일반부 결승전은 아름답고 흥미로왔다.
사건발생 세시간 후,
연습시간이라도 테이킹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사건에 대해 멘탈을 싸매고 또 싸매며 조금 온화해질 수 있었다.
사건 발생 6시간 후,
온화하게 건조한 호기심으로 뉴스 등 웹을 서핑하며
다음 사진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경기대 배구부 이민규 선수.
사건 번호 #2, 경기대 배구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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