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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결말해석-리뷰 : 팜므관습과 헤결, 탕웨이 목소리만 들어도 눈물나는 이유? 본문
영화 <헤어질 결심> 리뷰를 간단히 남겨요!
(주의 ! 영화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무의식적 과몰입 to 탕웨이&박해일 ?
헤어질 결심을 관람한 후. 고백하자면, SNS 영상 속에 배우 탕웨이의 목소리만 흘러나와도 반사적으로 울컥하는 과몰입의 지경에 이르렀어요.
사실 관람 직후엔 배우 박해일에게 시선을 빼앗기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복합 감정-디테일을 표현하는 압도적인 연기도 물론이고, 온갖 영화 속 암시적 기호들이 내면묘사를 몰아 주고 있는 해준(박해일 분)인데. 왜?
아마도 영화는 관객1의 무의식이 남주 해준의 눈을 따라가다가, 미결의 여주 서래(탕웨이 분)를 쫓게 만든 것 같아요. 서래는 영화 전반을 모호하고 혼란스럽게 만들었죠. 서래의 감정은 무엇이었는지,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영화가 '그 엔딩'으로 끝나기 때문에 관객은 서래에 대해 자연스럽게 질문을 하게 됩니다.
관객이 겪는 이 과정에 <헤어질 결심> 영화 주제가 담겨있 듯 느껴지고요.
영화 <헤어질 결심>은 고전의 관습 속에 숨겨져 온 '한 시선', 이후엔 오도까지 되어왔던 '그 시각'을 관객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정하고 스스로 새로운 관점의 눈을 켜고, 거리낌 없이 새로운 의식을 찾아, 갖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 해준의 관점에서 시작한 영화
<헤어질 결심> 전반부에서는 해준의 시선에서 서래가 그려집니다. 고전 영화에서 흔히 보이던 대상화 된 여성으로 서래를 바라보면서요.
서래의 등장씬, 두 주인공이 만나는 첫 장면에서 서래는 해준이 담긴 전경의 '까만 그림자'로 등장하고요. 이 때 카메라는 해준의 심리만 보여주죠. 이후 심문 장면에서도 서래의 대사 뒤엔 항상 해준의 리액션을 보여주며 상황을 해준의 관점으로 읽게 하고요.
특히 관음의 잠복-망원경 시퀀스들도 해준의 시선, 또 워치에 기록하는 나레이션의 화자가 해준인 점도 완벽히 남성의 관점입니다.
그렇게 흘러가던 초반, "서래=범인 or not?" 시선으로 보던 관객은 곧 구소산의 진실이 밝혀진 후, 그렇다면 "서래가 해준에게는 진심이었는지" 의문을 갖게 되고요. 이 질문을 품으며 관객은 또 하나의 관습적인 시선으로 옮겨타게 됩니다. 흔히 보던 그 캐릭터 '팜므파탈', 즉 서래가 사랑에 빠진 남자의 감정을 이용해 위기에 빠트려 버리는 이기적인 '팜므파탈'일까 시선을 품게 되죠. 이 때 영화의 파트2가 시작합니다.
◾ 팜므파탈이란 관습적 의심으로
13개월 후, 전과 다른 진한 화장, 화려한 옷차림, 바득바득 사철성의 약점을 쥐고 가스라이팅 하듯이 싸우는 서래는 확신의 팜므파탈로 재등장합니다. 무려 두 얼굴의 여자처럼 보이는 그녀를 해준도 곧 용의자로 확신하기까지 하고요.
그렇게 파트2에서는 서래를 그동안 접한 '이기적인 마녀'일까란 공식에 맞춰가게됩니다.
드라마에 꽂혀서 이포로 가는 즉흥성과 경찰서 벨까지 울리는 대담한 행동이 마녀의 익숙한 답에 맞아들어 갈 때, 공교롭게도 또 남편이 죽기까지 하며 그녀에 대한 의심은 강해집니다. 펜션에서 탄 드레스 조각이 발견되며 서래가 펜션에서 벌어진 일을 "당신이 무서워할까봐" 현장에 손을 댔다 고백할 때에도 그녀를 가두는 해준처럼 관객 또한 아직 그녀의 행동이 진심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이런 영화의 의도적 시선과 관객의 관습적 의심은 호미산의 벼랑 끝에서 서스펜스를 만들기까지 합니다. 재를 뿌려달란 부탁에 벼랑 끝에 서게 될 때요. '나쁜 여자'가 결국 주인공 남성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엔딩을 상상하게 하죠.
게다가 "안녕 엄마 안녕 할아버지" 다음에 안녕 해준씨 할 것 같고, 동시에 구소산씬과 같이 벼랑끝에 선 남자를 향해 뛰는 카메라로 끝까지 관객을 속입니다. (게다가 엔딩이 올만한 러닝타임에 호미산 장면이 나오며 구성마저 페이크를 함께 하죠.)
직후 반전의 포옹과 함께, '안개 없는' 호미산의 벼랑 끝에서 서래의 진심은 꽤 명확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은 호미산에서 내려와 안개로 싸인 이포의 현실로 돌아가야 했죠. 임호신 사건이란 문제도 남아있고, 임호신의 폰이 떠오르기까지하며 해준과 함께 관객들은 안개 속으로 돌아와 다시 서래의 정체와 진심에 대해 혼란스럽습니다.
◾ 여성의 욕망 do 순애보
결국 끝까지 서래를 의심하던 관객은 음성녹음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게된 영화의 끄트머리에야 서래의 진심을 전해듣고 편견의 안경을 벗게 됩니다.
"사랑한다고" 말한 것을 모르는 해준에게 보인 서래의 표정이 드러날 때에서야, "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나의 사랑이 시작됐다"는 고백이 나올 때에서야, 그녀가 모래굴에서 결연한 눈을 보일 때에서야, 녹음을 반복해 듣던 그녀의 얼굴이 스크린에 비출 때에서야.
결국 팜므파탈은 사라지고 서래 욕망의 민낯이 드러납니다.
옥상에 서서 "죽을만큼 사랑한 여자"에게 고백한 남성 홍산오(박정민 분)의 비장한 사랑처럼, 구소산의 진실을 알고도 목숨을 시험대에 내놓고 벼랑 끝에선 남자 해준의 사랑처럼, 자신의 모든 걸 잃었어도 서래를 덮어줬던 해준의 마음처럼. 서래 또한 "죽을 만큼" "지켜주고픈" 용맹한 사랑의 결정을 스스로 내리게 된 것을 알게됩니다. 욕망의, 서사의 주체가 전복되는 결말.
이제 파트2에서 서래가 워치를 차고 서술의 주인공이 된 일과, 망원경과 헤드랜턴을 가지고 시선의 주체가 된 일이 다시 보입니다.
◾ 바다 안개 너머, 프레임 밖의 서래를 향해
마침내. 영화의 결말에서 관객은 영화 내내 함께했던 해준의 시선을 따랐지만 (역설적으로) 결국 서래의 시선에 귀기울이며 그녀의 진심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되짚어보게 됩니다. 폰 너머로 울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서래의 진심을 되짚어 듣게되던 해준처럼요. '서래의 사랑은 언제부터 였는지. 서래의 헤어질 결심은 언제부터였는지. 서래의 그 눈물은 무엇이었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질문하며 편견에 놓쳤던 서래와 프레임 밖의 서래를 그려보게 됩니다.
바다 안개에서 헤매며 서래의 진의를 좇는 해준의 발걸음을 관객이 고스란히 따르게 하며 끝나는 영화는, 처음에 읽지 못했을 진짜 '서래'를 보게 하는 새로운 렌즈를 선물받아 끼우며 같은 영화를 전혀 다르게 만나게 합니다.
해준의 관점으로 시작됐던 영화의 고전적 시선을 벗겨내고 서래의 시점으로 영화를 '다시 읽게' 하는 <헤어질 결심>의 손길은 마치 영화사를 메울 정도로 오랜 시간을 채워갔던 (이 영화와 어딘가 닮은) 영화들의 프레임 밖에 숨김 당하고 오도되었을 셀 수 없는 서사의 존재를 향해, 관객을 우아하게 리드하는 듯 느껴집니다.
(고전에게 파괴적 전복의 주먹을 휘두르거나 부정의 손사래 아닌)
그렇게 두 번째 만난 영화 속에는 해준의 서사와 서래의 서사가 나란히 흐르며 남게됩니다. 고전의 아름다움도 내재한 채 새로운 관점 또한 공존시키듯이 말이에요. 은유의 기호들이 감정을 암시하던 큰 물결이 해준이라면 그 아래 은은한 잔물결로 매 순간 표정 속에 숨어 녹아서 관객을 향해 찾아달라 기다리는 서래의 또 다른 감정이 있었던 것 처럼요.
반지를 보던 곁눈질에, 반창고에 뿌리던 향수에, 재워주던 숨에, 녹음을 듣다 흘린 눈물에, 적색 비상을 보던 눈에, 경찰서의 경보를 울린 발걸음에, 펜션벨에 달려나가던 걸음에, 수영장을 정리하던 마음에, 핫도그를 보던 표정에, 경찰차에서의 호흡에, 버리지 못한 폰에 그리고...
+ 그나저나 이런 시선에서 본다면. 결국 영화에서 '헤어질 결심'을 해야할 것은 (타이틀 씬, '정기적 정사를 말하던' 정안을 빌어) '안정'을 위해 답습하던 것들, 즉 영화 속 섹스-폭력 등을 포함하는 전형성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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